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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넷잭슨 곡들은 듣다보면 진짜 입 떡벌어질정도로 좋은 곡들이 많다

쌈 띠바

i only have eyes for you

이번 하조대/양양 여행의 비디오로그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 10명을 소개해주세요.”이현삼 해피콜 대표가 인터뷰를 거의 마칠 무렵 제게 하신 부탁입니다. 지난 8월호 ‘디자인을 생각하는 CEO, 기술을 생각하는 디자이너’ 기사를 위해 이돈태 탠저린 공동 대표와 함께 만났던 그분은 탠저린과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의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서 하신 얘기입니다. 이날 두 시간 넘게 얘기를 나누면서 중소기업일수록 디자인이 승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점과, 왜 디자인에 투자하기 어려워하는지에 관해 경영자로서 오랜 시간 고민했던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매달 다양한 디자이너를 소개하고 만나다 보니 디자인 전문 회사나 디자이너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곤 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속으로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는 디자이너들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잘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해당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니까요. 부담 없이(그러나 추천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디자이너를 소개해주고 싶어서 부담을 느끼는) 추천해달라는 가벼운 부탁이지만 거칠게 요약하자면, 로고나 인테리어 등을 디자인해야 하는데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잘하는’ 디자이너를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한번은 어떤 기업에서 로고를 바꾸려고 하는데, 잘 모르니 알아서 추천해줬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정도 어림짐작으로는 저도 좋은 디자이너를 알려주기 어려워서 조금 더 설명을 듣고 나서 추천해드렸더니 비싸다며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과연 얼마를 생각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물론 왜 그렇게 물어보는지 저도 이해합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예산 규모는 분명 중요하고, 좋은 디자이너를 소개받고 싶기는 한데 전문가가 아니면 특정 분야에서 누가 잘하는지 모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말 한마디만 거들면 되니, 디자이너 추천이라면 월간 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게 해서는 당연히 좋은 디자이너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단언컨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잘하는 디자이너는 없습니다. 실력을 입증한 디자이너마다 장기가 따로 있고 강점과 약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가 신인 디자이너라면 경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며, 베테랑 디자이너라면 그간의 고농도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턴트 역할을 하며 프로젝트를 솜씨 좋게 완성해낼 것입니다. 디자이너와 기업의 궁합이 따로 있다고 봐야죠.

그래서 이현삼 대표처럼 거두절미하고 ‘최고의 디자이너를 소개해달라’고 말하는 분이 반가웠습니다. 사실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네요.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진지한 열망이 틈틈이 디자인을 공부하게 했고, 오히려 디자인 비의 감당을 염려하는 디자이너에게 호기롭게 ‘투자는 얼마든지 할 테니 최고의 디자인을 만들어달라’고 설득한 원동력이었을 겁니다. 함께 일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출시 제품이 적다는 것이 의아해 이유를 들어보니, 냄비 하나에 3년씩 투자하느라 아직 나온 제품이 별로 없다더군요. 카피를 해서라도 빨리 만들어 많이 팔고 빠지는 전략이 유효한 세상인데 무슨 배짱과 확신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중소기업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회사의 존립조차 장담하기 힘든 기간이라고 하면서도요. “중소기업은 어느 시점에도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만반의 디자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언제 적기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좋은 타이밍을 포착하고 나서 준비를 시작하면, 출시 준비를 마쳤을 때 이미 트렌드는 바뀌어 있을 겁니다. 중소기업일수록 멀리 봐야 합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디자인에 정성을 들일 준비가 별로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갑이 두둑하든 얇든 간에,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잘하는 디자이너를 찾는다는 말에서 예감할 수 있는 것처럼 디자인은 투자가 아니라 비용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고민해도, 투자해야 할 순간이 오면 주머니 속으로 다시 손을 집어넣게 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번호 특집인 ‘세계의 디자인 강소기업’들에서 이윤 추구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넘어선,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열망과 고집 같은 것을 읽었습니다. 독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센틱스(Authentics)는 ‘디자인 언어’가 잘 맞는 함께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를 발견하면 어떻게든 접촉해 협상하고, 일본의 가구 회사 마루니는 언제 문 닫을 지 모를 위태로운 상황에서 후카사와 나오토를 아트디렉터로 영입해 재도약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음 자세와 비전이 다르니 이들이 세계를 접수하는 것은 당연하구나 싶었습니다. 이번 특집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싶은 열망을 가진 분들이 유심히 보면 좋겠습니다.

-월간 디자인

성스러운 목요일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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